1. <거인> 줄거리
주인공 영재는 집을 나와서 보호시설인 그룹홈에서 자란 열일곱 학생입니다.
영재의 나이 열일곱은 곧 시설을 나가야 할 나이를 의미했습니다. 그러나 무책임한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끔찍하게 싫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져 갑니다.
영재는 자신에게 친절한 사람들에게는 얼마든지 그만큼 선량함을 베풀려고 하며 겉으로는 교회의 신부가 될 모범생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몰래 보호시설의 후원물품을 훔쳐 팔기도 하고, 친구에게 거짓말을 하여 배신하며 근근이 하루하루를 버텨갑니다.
영재는 자신 주변의 상황들이 부정적인 압박감으로 가득합니다. 눈칫밥을 먹으며 살아가고 있던 어느 날 영재에게 아버지가 찾아옵니다. 아버지는 현재 영재의 힘든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이제는 영재의 동생마저 보호시설에 맡기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사실에 영재는 끝없는 절망감과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폭발하게 됩니다.
2.영화 <거인>에 관하여
영화 <거인>은 극적인 사건 없이도 긴장감과 슬픔의 상황을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내면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김태용 감독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가감 없이 보여준 작품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2010년 단편 <얼어붙은 땅>을 통해 칸 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에 초청되어 전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 "욕망과 윤리의 경계에 선 소년의 갈등이 날것 그대로 살아난 작품"이라는 찬사는 <거인>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김태용 감독은 거장 다르덴 형제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마니아이며 작품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거인>에서도 이들 영화의 특징들이 녹아 있습니다. 가족이 직면한 상처를 담담한 절제로 그려내다가 눈물을 폭발시키는 점과 작은 일상의 이야기인 듯 사회 일면의 그늘을 담아내다가 끝에는 희망의 메시지와 함께 사회적 주제로 확장하는 점을 <거인>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진지하고 솔직한 인생 드라마이자 가슴으로 우는 영화 <거인>으로 인해 김태용 감독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가 됩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한동안은 주인공 영재의 모습이 계속 떠오릅니다. 순한 얼굴로 담백한 연기를 펼치는 배우 최우식의 모습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주인공 영재는 낳아준 부모에게 버려지고 키워준 보호시설에서 내몰리는 위기의 상황 속에서 신부가 되겠다는 거짓 꿈을 말하면서 양심과 도덕성은 외면하고 속물이 되어가는 인물입니다. 거기에 아슬하게 선을 넘지 않는 불안과 자존심, 동생마저 떠맡기려는 아버지를 향한 분노와 서러움까지 가졌습니다.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주인공을 선뜻 응원하긴 어렵지만 불안한 청춘의 아픔의 공감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 배우 최우식의 힘입니다.
영화 <거인>은 김태용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작품입니다. 감독은 세상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동기로 20대를 지내왔습니다. 서른이 되기 전 작품을 통해 유년 시절의 자신을 위로하고 부정적인 마음을 극복해 보고 싶다는 결심에서 <거인>이 시작되었습니다. 무책임한 부모가 있는 집을 떠나서 보호시설에서 자라 위기에 내몰린 주인공을 통해 감독은 자신이 만약 그러한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했을지 상처를 조금씩 어루만지듯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촬영을 시작하자 외면하고 싶을 만큼 어려운 장면들을 마주해야 했고 그때마다 촬영 스태프와 배우들과 함께 한 발 한 발 나아갔습니다.
김태용 감독은 자신과 다른 시선으로 '영재'를 이해하고 표현해 준 배우 최우식을 통해 이해받고, 상처를 치유받았다고 말했습니다.
3.<거인>에 대한 나의 생각
처음 이 작품을 알게 된 것은 인터넷에서 우연히 포스터를 보게 되면서입니다. 포스터 속에는 몸이 묶여 있지 않은 인물이 있었지만 그 인물의 무척이나 답답하고 고립되어 있는 느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인물 옆에 '거인'이라는 영화 제목을 보고 어째서 제목이 '거인'일지 이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렇지만 왜인지 이 영화를 당시에 바로 보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인을 통해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추천을 받아 보게 되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이 작품에서 배우 최우식을 보고 영화 <기생충>에 캐스팅하게 되었다고 했는데 그 이유를 영화를 보는 내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작품 당시 기준으로 20대 중반의 배우가 어떻게 이토록 입체적으로 캐릭터를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감탄하며 영화에 몰입하여 감상했습니다. 이 영화는 규모가 큰 상업영화가 아니라 작은 독립영화이지만 저에게는 너무나 많은 생각과 느낌을 준 큰 작품이었습니다. 주인공과 같은 처지에서 유년 시절을 불행히 보낸 것은 아니지만 청소년기의 불안함과 불완전함의 일정 부분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타인의 삶과 나 자신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이것이 영화가 가진 힘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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