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수꾼> 줄거리
어느 날 '기태'라는 한 소년이 자살을 합니다. 평소 아들 기태에게 무관심했던 기태의 아버지는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에 매우 혼란스런 감정에 빠지게 됩니다. 뒤늦은 죄책감과 무력감을 느끼며 아들 기태의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지 기태 주변을 되짚어보기 시작합니다. 아버지는 우선 아들의 물건들부터 살피게 됩니다. 기태의 책상 서랍 안에 보관되어 있던 사진을 발견하게 되고 사진 속에는 동윤과 희준이란 두 친구가 있습니다. 아버지가 학교를 찾아가 알게 된 사실은 희준이는 전학을 갔고 동윤이는 장례식장에도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평범하지 않은 이 상황에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게 됩니다.
아버지는 간신히 희준을 찾게 되고 아들의 죽음에 관한 것들을 물어보게 됩니다. 하지만 희준은 '기태와 제일 친했던 친구는 동윤'이라고 말하며 확실한 대답들을 해주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계속된 부탁으로 희준은 동윤이를 찾아 나서게 됩니다.
하지만 동윤이는 학교를 자퇴하고 떠나버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게 됩니다.
분명 그들에게 천진하고 순수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숙하지 못한 소통의 오해, 그리고 뒤틀린 우정이 가져온 폭력과 상처가 그들 사이를 붕괴시켜 버렸습니다. 한때는 끈끈했던 이 세 친구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2. <파수꾼>에 관한 여담
이 작품은 용산구에 위치한 선린인터넷 고등학교에서 촬영되었습니다. 학교 외관과 내부 모두 활용되었으며, 배우들이 입은 교복도 실제 이 학교의 교복이었습니다.
이제훈의 애드리브가 많이 활용되었다고 합니다. 철로에서 희준이에게 여자한테 어필하는 방법을 말해주는 장면, 계단 뒤 공간에서 재호를 압박하는 장면, 복도에서 희준이의 머리를 잡아채는 장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공터 폭행 장면에서 박정민은 언제 이제훈에게 맞는지는 몰랐다고 합니다. 약속되지 않은 뺨을 맞은 박정민은 최대한 덜 아프게 맞기 위해 등을 돌리기도 했지만 머리채를 잡히기도 했습니다. 이 장면은 다행히 한 번에 촬영이 진행되었고 촬영이 끝난 뒤엔 이제훈이 박정민에게 미안해 울었다고 합니다.
이제훈이 캐스팅된 이유는 잘 웃고 밝은 미소년 느낌의 이제훈이 정색하면 더 무서운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에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제훈은 자신의 성격과 다른 기태라는 인물에 몰입하기가 쉽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기태라는 인물은 실제로 감독이 알던 친구에게서 모티브를 가져왔고 이름은 아는 불량스러운 형에게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박정민은 과장된 연극 톤 연기가 감독이 보기에 마음에 들지 않아 처음엔 오디션에서 떨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감독은 방박정민이 나온 단편 영화 <세상의 끝>에서의 모습이 희준이란 인물에 잘 맞아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감독은 박정민에게 대본을 읽지 말고 그냥 자신과 수다를 떨자고 했습니다. 이를 몰래 녹화하여 다시 박정민에게 보여주어 자연스러운 연기란 무엇인지를 알려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박정민은 이때 배운 연기하는 방법에 대한 것을 활용해 이제훈과 말다툼하는 장면을 한 번에 끝내게 되고 이 장면은 아직까지도 명장면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원래 기태 아버지에 관한 내용이 더 준비되어 있었지만 기태에 관련된 모든 것이 부모의 책임으로 전가되는 것 같아 양을 줄이고 삭제했다고 합니다.
'파수꾼'이라는 제목은 원래 가제였으나 시나리오가 완성된 이후 영화의 내용과 잘 어울려서 그대로 쓰기로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감독은 '호밀밭의 파수꾼'을 좋아해 그러한 느낌을 살려 표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3. <파수꾼> 후기
아무래도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배우는 이제훈이었습니다. 정말 어떤 고등학교에 실제로 있을 것만 같은 학생의 느낌을 잘 살려서 표현한 것 같습니다. 특히나 특정 대사를 말할 때의 발성과 발음법이 캐릭터를 완전히 이해하고 실행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태라는 캐릭터가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 작품과 <고지전>에서의 이제훈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생각되는데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것은 군대를 다녀오시고 현재는 이때와 같은 발성과 발음 방법과는 다른 형태로 시도하시는 점입니다. 하지만 정말 앞으로도 기대가 되고 많은 작품을 찍어주셨으면 합니다. 배우 박정민의 연기도 정말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박정민의 연기력에 반했던 작품은 <동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배경이 학교이고 등장인물들이 학생이지만 사실 모두가 겪을 수 있는 관계의 오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를 먹어간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성숙해지는 것도 아니며 서로의 생각과 입장 차이가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 쪽에서 아무리 많은 노력을 한다고 해서 좋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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